우리 나라, 일본, 대만, 또는 유럽 등 워킹홀리데이 협약을 맺어 비교적 쉽게 비자가 나오는 나라들이 몇몇 있다. 인력이 부족해 각국에서 오는 젊은이들을 통해 경제를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로 많은 나라에서 워홀비자를 내어주고 있다. 이에 흔히 우리는 "워홀을 간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 의미는 매우 포괄적이다. 왜냐하면 많고 많은 비자 종류 중에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을 뿐이고, 그 비자를 활용해 해당 국가에 체류하는 동안 너무나도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의 경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워홀 2년 동안 같은 워홀러, 학생 신분, 또는 이민자들을 로컬 사람들보다 많이 봐왔던 것 같다. 정말 똑소리나게 본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내며 워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울면서 엄마 찾으며 몇개월만에 자국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흔히 보아왔다.
필자가 느끼기에, 보통 한국 사람들이 워홀을 오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새로운 도전을 통한 경험치 쌓기
2) 영어 실력 향상
3) 돈 모으기
4) 한국에서의 삶에 무료함과 회의를 느껴서
흔히 1, 2, 3번을 얻어가기 위해 오는데 세가지 다 못얻어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늘은 워홀에 대해 간단한 문답을 작성해보겠다. 현재 워홀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와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란다.
1. 왜 호주 워홀이었는가?
- 사실 필자의 워홀은 아주 급작스럽게 계획된 것이었다. 영국의 한 특수학교에서 보조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다가 영국생활이 너무 안맞아 급하게 호주로 비자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1) 해외에서 자본주의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사실 필자도 영어권 나라에서는 여행이나 봉사활동 등,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소비를 하는 입장이었으니 경험이 많이 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말로 생존을 해야하는 문제였기에 2) 생활력도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여러 나라에서 거주해보고 여행해 본 결과, 3)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다는 것을 깨닫고 또 기후가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브리즈번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2. 어떤 사람에게 워홀을 추천하는가?
-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대부분 본인들이 1) 원하는 바가 한가지라도 명확하다면 원하는 바들을 얼마든지 성취해가는 경우를 많이 봐왔었다. 돈을 벌어 여행이면 여행, 이민이면 이민, 유학이면 유학 등 2)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두려움과 역경을 이겨낼 정도로 큰 기쁨을 준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어떤 브라질 친구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호주에 집을 살 계획으로 영어 한마디 못했지만 배달 일 등 투잡, 쓰리잡을 뛰어가며 성장해가는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프랑스 친구는 푸드트럭으로 학비를 벌어 요리학교를 다니기도 했으며, 그냥 세계일주를 자유롭게 다니며 인생을 즐기는 친구들도 보았다.
하지만 꼭 대단한 목표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혼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가며 강해지고 자유롭게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사귀며 지내는 것이 큰 자기효능감과 행복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3. 2년간의 워홀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 첫번째, 1) 자기 객관화. 오로지 홀로 낯선 이국땅에 그 어떤 경제적 지원도 없이 살아남으면서 얻을 수 있는 건 내가 갖고 있는 스킬들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역량인지를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한국과는 다른 호주의 고용 시장에 적응하며, 일하다가 잘려보기도 하고, 눈물도 흘려보고, 여러 인터뷰에 합격도 해보고 깨달은 나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정말로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두번째, 2) 사람을 대하는 스킬. 필자는 학창시절에 엄청난 너드였다. 대인 공포증에 슈퍼 내성적이고 친구 사귈 때도 늘 간택만 당해오던 수동형 인간 그 자체였다. 하지만 수동적인 행동은 생존에 유리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뒤 먼저 다가가는 법을 익혔고 그로 인해 좋은 인연들을 많이 얻었다. 직장에서 또한 여러 경험을 통해 그간 코비드로 배우지 못했던 사회 스킬들을 익혔다.
필자 또한 호주에서 처음 레쥬메를 직접 돌리러 다닐 때 "꺄악~ 이걸 어떻게 해~" 하며 몸을 배배 꼬았었더랬다. 하지만 돌린지 20분 만에 파워 당당의 탈을 쓴 배우가 되었다. 사람은 일단 던져놓으면 다 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세번째, 3) 다양한 삶의 방향과 형태. 여러 자기계발서를 읽어보아도 알 수 있듯, 주변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오죽하면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세명의 사람의 평균이 곧 나를 나타내는 수준이다." 라는 말이 있겠는가. 세계 각지에서 각자의 다른 꿈과 이상을 가지고 온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며 견식을 넓히고 인생에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자가 한창 시드니에서 열심히 사교활동에 참가하며 만났던 분들 중에, 어떤 한국분은 3년동안 쓰리잡을 뛰며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전부 커버하고 대학 졸업을 하셨는데, 이 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해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다. 호주 유학은 매우 여유로운 학생들이 집안의 전폭적인 서포트를 받으며 하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으나 해당 사례를 보고 편견이 크게 한번 뒤엎어졌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이것 저것 이루어낸 대단한 사람의 책을 읽는 것보다도 조금 더 와닿으며 나도 해볼만 하겠다라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4. 영어실력은 얼마나 필요한가?
- 워홀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흔히 언어 실력이라 하지만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직접 부딪치며 배워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미리 준비를 열심히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는 소심쟁이 쫄보였기에 그간 미리 쌓아놓은 영어 실력이 험난한 호주에서 적응하는데 꽤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와서 부딪쳐볼 용기와 영어 실력, 그리고 뚜렷한 목적 이 세가지 전부 없다면 정말로 좁은 바운더리 속에서 시간만 낭비하다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간 경우를 수도 없이 봤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영어 실력과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스펙트럼은 비례하다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5. 얼마를 벌었는가?
- 필자가 공장에서 세컨을 땄을 때는 로스터가 잘 안나와 주에 300불 벌 때도 있었고, 투잡을 뛰며 하루 열두시간 씩 일할 때는 주에 1200불 씩 벌 때도 있었다. 필자는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고 호주에 왔기 때문에 초반에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흘리는 돈이 좀 많았다. 세이빙은 얼마나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돈을 쓰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질 수 있다.